도현이형은 학원 보강수업에 가고 현우와 준현이, 그리고 근희이모는 셋이서 오붓한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밥을 먹고, 수박도 먹고, 또 팥빙수도 먹었습니다.
우유를 부어 스푼으로 딱딱한 팥빙수를 파고 두드리며 부드럽게 녹이면서 더 즐거운 한 때였습니다.
한몸 아이들과 몇 년 간 알고 지내고 또 한 가족이 된 지 넉 달이 되어가도록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현우야, 준현아.. 엄마가 보고 싶지는 않아?"
막내 준현이는 대번에 "보고싶어요~" 합니다.
우리 현우는 늘 하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말투로 "돌아가셨는데요, 뭐." 합니다.
"음.. 그래?" 이모도 괜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였습니다.
잠시 후에 현우가 "이모가 두 번째 엄마예요." 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더니 또 금세 준현이와 장난을 치며 팥빙수를 녹입니다.
저는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갑자기, 어제 아이들과 이모들이 함께 외식을 하며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서로에게 섭섭하였던 것, 좋았던 것, 그리고 우리 가족들을 향한 각자의 진심은 무엇이었는가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제 차례가 되었을 때,
아이들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싶지만 진짜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그렇다 하더라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참고.. 보듬고... 이모가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을 떠올리며
'진짜 엄마라면 이렇게 하겠지.'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하려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사실은 가끔씩 근희이모를 만만하게 여기는 것 같은 도현이에게 서운해서 시작된 이야기였는데...
도현이도 이모를 진짜 엄마 같이 여긴다고 말합니다.
우리들에게도 엄마란 존재가 한 편으로는 가장 만만한 사람이듯이,
그래서 도현이가 그런 말과 행동들을 하였나 싶어 괜시리 안심이 되었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 엄마는 되어줄 수 없다는 것을 매일 실감합니다.
엄마의 빈 자리는 누구도 온전히 채울 수 없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감히 두 번째 엄마라도 될 수 있다면 진정으로 감사하겠습니다.
한 순간에 녹지 않아서 수시로 우유를 부어가며 두드리며 파내야 하는 팥빙수처럼...
그렇게 우리의 관계를 두드리고 사랑을 부어가며 부드럽게 녹여보길 소망합니다.
아이들을 입술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게 됩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아이들..
비맞은 강아지를 보듯 애처럽고 가엽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조금씩 사랑이 스며들고, 그 사랑이 자라나는 것이 너무나 감사합니다.